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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하나가 4억9천만원? ... 그동안 뜸했습니다"

기사승인 2011.03.05  14: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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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인이 독자들에게 띄우는 편지

독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지면으로 독자님들을 대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뭔 일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뜸한 것이었죠.

  일주일 전 제가 쓴 기사가 해당자로부터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당했거든요. 당사자는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8천만원의 금액에다 기사로 손해를 입을 것 같은 사업비 4억1천만원을 합해, 도합 4억9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저는 당시 이메일로 탄원서 제보를 받아 관련자들을 전화인터뷰 하는 방식으로 여러차례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기사는 울산소식이 아니라 <시사울산>에는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엄청난 조회수와 파장이 왔습니다. 수 많은 댓글이 달리고 사회적 파장이 커졌습니다.

공인이기도 한 해당자는 제가 취재한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두 부정하며 서울 언론중재위에 위와 같이 제소한 것입니다.

끝까지 믿어 준 <오마이뉴스>

사실 명예훼손이라는 항목은 애매합니다. 어떤 사람이 '도둑놈' 이라고 해도 '누구는 도둑놈'이라고 언론이 기사로 게재하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공인에 관한 것으로 공익적 기능이 그 기사에 있다면 명예훼손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보통 기사가 게재된 해당언론사의 소재지로 제소를 하는데, <오마이뉴스>가 서울에 있어 서울언론중재위에서 소송이 진행됐습니다.

언론중재위 소송은 중재위가 이의자로부터 제소를 받은 후 양측이 언제까지 오라고 통보를 하는데, 중재위원들은 판사, 전직 언론인 등으로 구성됩니다. 당일날 판정이 바로 나는데 마치 재판 과정과도 같습니다.

언론중재위는 제소를 접한 후 제소자가 강하게 허위사실임을 주장하므로 중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통보했습니다. 중재가 안되면 법원까지 가겠다는 것이죠.

저도 저지만 <오마이뉴스>가 고생을 하셨습니다. 우선 편집부장이 대책을 강구하느라 고생하셨고, 변호사까지 선임하니 그 비용이 만만찮았을 겁니다.

더 고마운 것은 기사가 나간 후 여러 경로로 저와 기사에 항의하는 압력이 있었으나 저를 믿고 끝가지 사실을 주장한 것이죠.

결론을 말하자면 언론중재위는 판결에서 4억9천만원과 정정보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결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사안은 해당 정부당국에서 감사를 거친 것인데, 감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아 판결이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3월 4일 중재위는 두 단락 정도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토록했는데, 반론보도문에는 "당사자는 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무튼 언론중재위의 중재는 끝났고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요즘의 <시사울산>과 매칭해보고자 하는 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자 어루만져주고자

<시사울산>은 근래 몇개 월간 광고나 또는 신문 운영에 쓰이는 발행인인 제가 벌어들이는 집필료 수입 등이 '0' 수준이라 무척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6년 전 "올곧은 언론이 되겠다"고 공언하며 창간한 인터넷신문이지만,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는 데는 장사가 없더군요.

비난성 기사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매체에는 주는 광고가 되지 않고,, 그나마도 초창기보다 되레 광고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상존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지난해에는 일부독자들과 <시사울산>을 이해할만한 지인들에게 "유료독자가 되어 1인당 월 1만원의 후원금"을 호소하는 메일을 발송했는데, 대상자 200여명 중 단 1명만이 지원에 동참하는 비참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회의가 들고 세상이 야속하더군요. <시사울산>이 추구해온 가치는 한낱 혼자만의 외침에 불과했고, 언론계와 지역사회에서는 '또라이' 정도로 치부하거나 색깔을 덮어씌우기도 하더군요. <시사울산>이 추구해온 소외된 자의 대변이라는 그 가치성 또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여기다가 어쩌면 그동안 아군쯤으로 여겨졌던 사람들마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이번에 제소를 당하고보니 주변에 많을 것 같던  동료와 동지들은 하나도 없고, 모든 어려움을 혼자만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만이 남더군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제소를 당하면서 스스로 가치를 자존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기사 하나에 4억9천만원의 가치를 가질 만큼 공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위안 말입니다.

<시사울산>은 모든 언론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해왔습니다. 상대적 약자와 기존 언론에서 외면당하는 소외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한 것. 그 반대급부는 경제적 궁핍으로 현실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언론이 지역에 하나라도 있다는 것, 모두 욕할 때 그 사람을 이해하고 옹호할 수 있는 언론이 있다는 것을 독자여러분은 소중히 여겨주시지 않으시렵니까.

제게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이 자식들에게 약자를 보고도 외면하고 눈에 훤히 보이는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지 않는 비겁한 언론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하겠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언제든지 소외될 수 있고, 언제든지 각자가 처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것이 세상사일 것입니다. 그럴 때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 외톨이가 되는 심정은 꼭 당해봐야만 아는 것일까요?

만일 하늘이 있다면, 이런 가치를 존중하는 <시사울산>을 한 번쯤은 내려다 보시지 않을까요? 독자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올해도 건강하십시오.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저작권자 © 시사울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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